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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셜록 끼워맞추기

저런 눈빛을 하고 있는 셜록의 눈에 존은 아래 그림처럼 보일 것 같다. 


아니, 셜록이 존을 위의 그림처럼 보고 있기 때문에 저런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이 맞겠다. 


같은 여체를 다룬데다 이 그림은 모델이 석상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인데도 석상 그림과 비교하면 애틋함이나 따뜻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우윳빛의 부드럽게 살집잡힌 몸이 눈부시고 아름답구나, 한번 만져보고 싶구나 정도의 감상이 든다. 작품 속의 모델은 보일락 말락하는 가슴과 엉덩이 골이 은근하게 욕망을 자극하는 은꼴그림(!)의 모델로서 대상화된다. 


근데 시즌1,2의 셜록도 이 그림이랑 비슷했던 것 같다. 그때의 셜록의 미모는 뭐 말하면 입아픈 정도였지만 그래도 이야기 하자면 ㅋㅋㅋ 군살 없는 호리호리하고 탱탱한 몸에 창백한 피부색하며 시즌3의 빠글빠글한 짧은 컬이 아닌 굵고 부드러운 컬에 숱많은 머리카락, 유리알 같기도 하고 파충류 같기도 한 형형하고 무감한 눈까지... 크으으 거기에 숨막히는 핏의 수트 풀 착장하고 코트 자락 한 번 휘날려주면 누구든지 셜록 앞에서는 무릎 박살나는 거다. 202에서 존이 셜록의 코트 깃에 대해 코멘트한 것도 아무 소리라도 지껄이지 않으면 자신의 입에서 당장이라도 사랑고백과 터무니없는 찬사가 튀어나올까봐 그랬을 거다 ㅎㅎㅎㅎ


암튼 시즌1,2의 셜록은 진정 미의 화신이었고 근사하고 매력적인 소시오패스로서, 대상화하고 이상화하기 아주 좋았다. 그러니까 아름답고 세련되고 매끈하며 오로지 보는 이들의 욕망의 대상으로 존재하며 낫닝겐스러운 그 모습을 제작진들이 작정하고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만인의 아이돌이자 톱스타인 셜록 말이지.



근데 시즌3부터의 셜록은 늙고 빠글빠글해지고 모쌩겨졌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시즌1,2때는 베네딕이 셜록보다 훨씬 나이 많아 보였는데 지금은 셜록이 베네딕보다 나이들어 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드라마의 주제도 셜록이 얼마나 멋지고 완벽하고 섹시한가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지. 셜록이 얼마나 어리석고 초라하며 어디까지 망가지고 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런 셜록이 존을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졌는데 

냉철하고 날카롭게 꿰뚫어 보고 낱낱이 분해하는 눈빛(or 욕망으로 들끓는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아아 이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ㅠㅠㅠㅠ 시선에 온도가 담긴 절절한 눈빛하며 상처입고 쇠약해진 모습이 흡사 성스럽고 숭고한 성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셜록이라니ㅠㅠㅠㅠ 근데 생각해보면 셜록에게는 존이 신이었고 존을 위해 고행을 서슴치 않았고 희생을 자처했으니 성자라는 표현도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종교에 가까운 아가페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셜록의 눈에 보이는 존이 왜 이 그림과 같냐면....ㅎㅎㅎ얘기가 넘 길어졌넿ㅎㅎ

이 그림은 화가가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려진 석상보다도 이 석상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이 더 눈에 들어오고 대상에 대한 화가의 시선과 온도와 감정이 대상 자체보다 더 눈에 띈다. 


그림에서 따뜻하고 은은한 노란빛으로 물든 곳마다 지극한 애정이 담긴 눈으로 석상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던 화가의 마음과 눈길이 느껴진다. 또 한편으로는 마치 그 눈길에 손이 달려서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본 시즌 3,4의 셜록의 사랑도 이 그림과 같다. 만약 셜록이 존을 그린다면 저 그림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네. 


소중함 애틋함 사랑이 느껴지는 것들, 셜록을 포함해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하게 이완되고 따땃해지는 것들이 너무 좋다. 위안을 받고 안식을 느낀다. 


뭐 이것 또한 사랑의 이상화이고 환상이겠지만 이런 사랑은 드라마 속의 셜록존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현실에서는 찾지 않으니까 괜찮아. 셜록이 몰리랑 스웨덴 놀러갔대도 괜찮아 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