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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사랑

사괏 2017. 12. 3. 09:39





시즌3,4의 수확(?)이라면 수확은 존에 대한 셜록의 마음을 확신할 수 있게 된 거다. 시즌 2까지 애매한 심증만 있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였던 셜록의 마음이 시즌 3,4에 들어 확실한 형체와 무게를 가지고 맹렬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 거대하고 열렬한 마음이 대체 사랑이 아니면 뭐임?!!! 근데 그 마음이 그저 잠깐 폭주하다 말지 아니면 패러독스 픽에서의 묘사처럼 셜록의 바이올린이나 사건처럼 존이 셜록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시즌 4까지의 셜록은 존 주변을 빙빙 돌며 확실히 존을 향한 노선, 궤도가 생긴 것처럼 보이기는 한데.


시즌 2까지 셜록에 대한 존의 감정, 존에게 있어 셜록이 가지는 의미와 무게도 결코 단순하거나 가볍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존이 가진 상처와 결핍이 필연적으로 셜록을 대상화하고 이상화 시키며 존 자신의 환상과 소망을 투사했을 테고 그런 존의 감정이 변함없이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시즌 4 이후의 존이 기대된다. 뭐 꿈보다 해몽이긴 한데 셜록에게 씌인 콩깍지와 존이 기대했던 셜록에 대한 상을 시즌 3,4에서 아주 제대로 박살내고 가루로 만들어 준 덕분에 지금의 존은 이제 아무런 환상도 없이 차분하게 있는 그대로의 셜록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것 같아서다.


그런 존과는 다르게 지금의 셜록은 너무 뜨겁고 맹목적으로 보여 걱정이 된다. 존성애자, 존신병자가 된 것은 좋은데 존을 위해 셜록이 어디까지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지를 무슨 사랑의 차력쇼마냥 날이 갈수록 한계를 경신하며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천신만고 끝에 되찾은 어릴 적 애착인형이자 첫사랑 대하듯 존을 대하는데 그러다 개츠비처럼 자신의 환상 안에서만 살다가 죽어버리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어쨌건 셜존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는 아니고 그래서 좋은 거지만 이제는 어떤 들뜸과 기대 없이 담담하게 사랑을 할 존과는 달리 지금의 셜록은 패러독스의 소패 셜록보다도 훨씬 더 절박하고 너무나 열렬하다.


그래서 셜록과 존이 가진 감정의 온도 차와 간절함의 정도가 신경이 쓰인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존이 그동안 품어온 감정은 어디까지나 셜록을 짝사랑 하며 느낀 감정이었지 한 번도 쌍방간 사랑이었던 적은 없었다. 게다가 존은 누구보다 자신이 셜록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봐왔던 셜록의 모습들도 일부에 불과했다. 그 마저도 셜록이 본래의 자신을 지키고 감추기 위한 갑옷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만 보여준 것이었고. 이제는 몹티스의 셜록 용접(인간개조) 과정도 마무리 됐고 정말 완전한 존 맞춤형 인간이 되었으니까, 시즌3,4의 극한 상황에서 존을 구하기 위해 들였던 셜록의 희생과 헌신이 온전히 존을 사랑하는 것에만 집중된다면 대체 얼마만큼의 로맨티스트가 될지 짐작도 안 간다. 익사할 지경으로 퍼부어지는 셜록의 사랑에 오랫동안 푹 잠겨있다 보면 존의 마음이 안정되며 상처가 치유되고 결핍도 메워지면서 신뢰문제를 비롯한 오랜 정신적 문제도 낫게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셜록존 진한 사랑을 해라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