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의 문제들
셜록과 함께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셜록 옆에서 특히 존의 평범함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그렇지만 인간 존 왓슨은 매우 모순적이며 복잡하고 그 속내를 헤아리기 힘든 사람 같다.
존은 왜 아프간에서 돌아온 후 자살까지 생각했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어째서 그토록 존을 공허하게 만들다 못해 생의 의욕마저 앗아갔을까.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존은 질식하거나 가라앉아 버리나? PTSD에 시달리면서도 위험한 전쟁 같은 삶 원하는 존.
군대는 왜 간 걸까. 존은 테스토스테론 넘쳐나는 전형적인 아드레날린 정키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3대륙의 존은 또 뭘까. 존의 과거 연애이력에서 보듯 피상적으로만 관계를 유지해왔던 걸까?
신뢰문제는 왜 생긴 걸까. 그러면서 어떻게 잘 모르는 셜록을 위해 택시기사를 쏠 수 있었을까. 존은 왜 셜록에게 관심을 보이고 셜록을 이해하고 사랑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제 아무리 콩깍지 단단히 씐 몰리라 해도 셜록홈즈와의 동거는 한 달도 못 버티고 나가 떨어졌을 것 같은데 어째서 존은 셜록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신뢰문제에 대해서는 그렇다. 타인을 잘 믿지 못할수록 더 크고 온전한 신뢰를 줄 대상을 갈구한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고서 사람들의 작은 호의조차도 심각하게 불신하는 사람이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만은 지극히 아끼고 모든 사랑과 정성을 쏟아붓는 것처럼 존에게도 셜록이 미지의 동물처럼 생전 처음 보는 낫닝겐 같은 존재라(ㅋㅋㅋㅋ) 자기자신을 모두 던지듯 셜록을 믿은 것 아니었을까.
101 초반 상담사가 존에게 민간인의 삶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 했는데 적응의 문제는 존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기질에서 나온 것 아닐까. 101에서 스탬포드가 한 말대로라면 의대생이던 존은 좀 유별난 구석이 있었던 것 같으니까. 셜록의 비석 앞에서 존이 자신은 혼자였고 매우 외로웠다고 말한 것도 부상 후의 시간만이 아니라 존의 삶 전체를 얘기한 것 아닐까.
셜록 크로니클에 실린 삭제된 스크립트에서 존의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나오는데 드라마에서 부모님에 대한 언급도 없고 존이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모습도 나오지 않는 걸로 보아 존은 부모님께 사랑 듬뿍 받으며 유복하고 평탄한 유년시절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 해리와의 교류도 일체 없고.
근데 또 나의 궁예질과는 완전히 상반되게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나 마음에 한 점 그늘도 없는 햇살같은 조니보이로 학창시절에도 인기 많고 군대에서도 훌륭하게 적응하며 존경받은 캡틴 존 왓슨일 수도 있다.
403에서 셜록과 존의 갈등이 마무리된 분위기라 왠지 대충 눙치고 넘어갈 듯 해서 (아마도) 몹티스는 알랴주지 않을 존에 대한 궁금증만 쌓여가는구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