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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 줄줄줄

사괏 2017. 5. 13. 02:27



1. 풍랑이 쳐서 출렁거리는 마음, 격정, 요동치는 감정이 좋다. 넘치기도 하고 바싹 말라버리기도 하는 감정이 좋지 안정적이고 손에 잡히는 고체 같은 행복, 순조롭고 예측 가능한 사랑 이야기는 보기에 재미가 없다. 그래서 드라마 셜록이 좋다. 쉬이 사랑에 빠지지 않고 서로 간의 팽팽하고 아슬아슬한 긴장과 대치 상태로 마음이 미친 롤러코스터 타는 감정적 서스펜스, 스릴러 로맨스! 조금도 로맨스 같지 않은 로맨스!! 


셜록존이 첫눈에 반해서 일사천리로 진도 나간 뒤 환상의 커플로 쭉 이어져왔으면 지금만큼 셜록에 푹 빠지진 못했을 거다. 서로의 마음이 엇갈리고 상처받아서 심장 철렁하는 거 진짜 좋아하긴 한데...충분히 마니 머거써, 진짜 배터지게 먹었으니 이제 그만 줘도 됨요 몹티스님들아...노 모어 앵스트 더 이상의 헐트는 네이버


2. 셜록한테 자꾸 불쌍타 불쌍타 하고 상처받은 어린 아이로만 보는 것 좀 그렇다. 픽션 속 캐릭터지만 그래도 측은하고 불쌍하게만 보는 게 셜록한테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얄팍하고 안일하며 내 입맛에만 맞는 캐해석이기도 하고 뭔가.... 전해지는 기운이(ㅋㅋㅋㅋ) 셜록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아 신경이 쓰임. 셜록아, 내가 너를 이만큼이나 생각하고 사랑한닥!!!!!!!!!111 


그리고 결과적으로 셜록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 전문성 인정 받으며 업계 1인자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하고 있고 마침내 존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염원하던 존과 함께 하며 지복을 느낄 셜록, 일과 사랑 모두 가진 셜록의 (과정이야 어쨌건) 현재의 삶만 놓고 보면 모두가 부러워 할 인생의 승리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3. 셜록에 딸린 애까지 두고 재가하지는 않겠지, 왓슨?!!!!! 셜록에게는 진짜 거의 모든 것의 처음이 존이니 끝까지 책임져야 된다. 그리고 셜록은 아직 버진이고.

402에서 유로스의 섹스 발언에 당황하고 머뭇대는 셜록을 보니 201의 마이크로프트 이후로 아이린, 몰리, 재닌과 유로스에 이르기까지 섹스에 대한 셜록의 반응은 참 일관적이고 한결같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만약 201의 중반이나 마지막에 아이린이 셜록의 총각 딱지를 떼줬으면 일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봤자 정서지능이 6~7세에 멈춘 셜록이라 말해 무삼하겠지만...


4. 하니까 떠오른다. 

303에서 존의 의자를 치운 셜록의 행동. 

시즌4까지 상습 투신러가 되어버린 셜록이 존을 위해 한 행동들과는 달리 존의 의자를 치운 행위는 셜록이 처음으로 존을 밀어내려는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근데 그 시도가 어찌나 애같은지(눈물) 그렇게 안 보려 해도 어쩔 수가 없네. 자기 의자에 구겨 누워 존을 원망하며 삐죽삐죽 거리는 마약하는 어린애 셰자. 음....


예전처럼 존 옆의 여자인간을 쫓아낸 뒤 존을 독차지 하지 못하고 메리에게도 우호적으로 대하며, 웨딩플래너에 (전쟁에 나가는 군인의 비장한 각오로) 베스트맨 역할까지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철저하게 완수해낸 후 결혼식에서 일찍 자리를 뜬 셜록. 


301 존과의 만남부터 셜록은 불안이든 외로움이든 꾹꾹 눌러 참으며 존의 결혼식까지 견뎠고 결국 한계에 다다랐을지도 모른다. 조용한 221b에서 결국 마이크로프트가 또 옳았음을 인정하며 런던에 돌아온 첫날처럼 존에게 맞아 아린 코를 달래듯 서늘하고 휑한 마음을 달래며 시무룩하고 쓸쓸하게 잠자리에 들지 않았을까.


그리고서는 한 달간 보이지 않는 존이 밉고도 보고 싶고 저도 이렇게까지 동요하는 자신이 싫어서 존과 거리를 두고 밀어내려는 의도로 의자를 치워버린 것 같은데(양덕 언니들의 궁예질처럼 재닌이 존의 의자에 앉는 것이 싫어서일 수도 있고 그건 그것대로 찌통;ㅁ;) 그런 셜록의 어린애 같은 발상과 행동이 너무나 단순하고 유치해서 애처롭고 가엾다. 


5. 긍까 셜록한테 존 빨리 줘라. 셜록에게는 존이 필요하다. 존이 셜록의 천재성을 이끌어냈고 셜록이 그런 존을 conductor of light라고 했듯 셜록의 감정, 사랑을 얘가 놀라지 않게(Don't be alarmed) 차근차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conductor of love는 존밖에 없다. 


종이쪼가리로는 부족하지. 셜록이 마침내 존과 섹스하는 날 피카딜리 서커스 전광판에 띄워주자. 그리고 다음 시즌 오프닝에 넣어 꼭 좀 틀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