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03 다시 보기

사괏 2019. 7. 5. 23:36

https://blog.naver.com/soonripe/90191360444

 

3시즌, 셜록의 인간화에 관한 생각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존도, 셜록도, 서로를 위해 한 번씩 사람을 죽였는데 어째서 셜...

blog.naver.com

303을 다시 볼 때는 셜록의 말은 무시하고 행동만 보면 된다. 

왜냐하면 시즌 3부터의 셜록은 정신적 성장이 멈춘 어린 아이였기 때문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 아이 이런 정도가 아니고 정말로 빅터 트레버 이후로 자라지 못 하고 그로 인해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불안정하기까지 한 머리만 좋은 아이였다는 걸 이제야 확실히 알았네. 

암튼 그래서 셜록의 인간화를 확고하게 부각시키려는 작위적인 사건들은 일단 차치하고, 메리가 자신에게 수술할 만큼만 부상을 입힌 뒤(근데 너 죽었었잖아) 911에 신고를 해서 살려줬다는 얘기나 존이 사이코패스에게 끌려서 메리를 선택한 거라는 말들도 모두 억지이니 무시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된다. 

중요한 건 이 상황을 해결하려 애쓰는 셜록이 부부싸움을 하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불안과 위기감을 느껴 덮어놓고 우격다짐으로 화해하라고 떼쓰는 어린 아이와 다를 게 없었다는 거다. 셜록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존은 메리와 있어야 행복할거라 결론내렸고 또 무슨 일이 있어도 존과 메리에 아이까지 지키겠다고 맹세도 했었으니까 막무가내로 존을 밀어붙였는데... 엄... 아무리 둘 사이에 애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이혼을 하는 편이 존과 메리에게  더 낫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헌다, 셜록아. 말해봐야 듣지도 않았겠지만...

근데 참... 종종 셜록이 애새끼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쩌다가 한 번 애새끼 되는 줄 알았는데 시즌 3부터 4까지 보고 나니 캐붕처럼 보였던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셜록의 기행은 전부 셜록의 진심이었고 최선이었다. 존 앞에서는 항상 자라지 못 한 어린 아이였다. 2년 만의 재회를 앞두고 혼자만의 순진하고 낙관적인 기대와 흥분에 빠져 있었던 것도, 존의 결혼으로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마이크로프트와 허드슨 부인의 말에 그렇지 않을 거라고 우기면서도 메리가 알아챌 만큼 불안에 떨었던 것도. 지금 와서 보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멀쩡한 성인 남성의 모습이라고 보기 힘든 것들이 많았지. 

너무 가버린 것일 수도 있지만 존에 대한 셜록의 사랑을 숭고한 희생이라고 봤던 것도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만 하다. 매번 말이지, 존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번번히 약을 했던 셜록도 뭐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이 술을 마시듯 약을 한 걸 수도 있겠지만 식음을 전폐하고 죽기 일보 직전까지 자신을 방치하는 것이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도 모자라 상습 투신러가 되어 수시로 존을 위해 목숨을 던지고 생물학적으로 죽음에 이른 상태에서 존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다시 살아나는 것까지...

이쯤 되면 셜록의 존에 대한 사랑이 부모가 자식에 대해 갖는 아가페적 사랑이 아니라 반대로 엄마가 없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영유아의 맹목적인 애착과 과도한 의존 같기도 하다. 좀더 오버하자면 존의 부재, 존의 상실은 셜록에게 자아가 사라지고 이성적 사고가 마비되며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긴급한 생존의 위협쯤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3,4가 이전 시즌에 비해 김이 빠지고 몰입도가 떨어진 이유가 셜록의 인간화와 함께 모리아티에 비해 캐릭터성이 약해진 빌런들을 셜록이 설명충이 되어 그 놈들이 얼마나 무섭고 나쁜 놈들인지 말로 설명하려 들어서 였다. 근데 내가 한국 알탕 영화에 익숙해져서인지 다시 봐도 마그누센이 그렇게 무시무시하고 혐오스러운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덕분에 셜록이 어떤 애인지는 이제 알았다. 참말 잘 알게 되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