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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내 덕질은 답정너 덕질이라 셜록과 존은 서로 사랑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일단 흐콰해서 늙은 대추 같아진 존 말고 눈이 멀 것처럼 빛이 나는 여차저차해서 행복해진 존을 보면서 생각하자. 

저 사진을 셜록이 찍었다고 한다면, 셜록은 자신이 존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림으로 그릴 필요가 없겠다. 대체 얼마만큼의 사랑의 눈으로 존을 보면 사진에서 후광이 비치지? 경건하고 열렬한 신심으로 숭배하면서도 존의 푸르고 깊은 눈, 가로 줄무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B컵 가슴까지 존왓슨의 아름다움과 모에포인트를 빈틈없이 담아냈다. (대체 마틴의 저 사진 누가 찍어줬을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병이 위중하다)


시즌 4에서 존의 어둠이 깊고 헤어나오기 어려울수록 셜록의 사랑과 헌신은 눈이 부시고 감탄스럽다. 먹튀나 잽싼 손절은 커녕 제 발에 콘크리트 붓고 담담하게 존과 함께 순장 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정말 정말 인상적이었지. 어쩌면 403은 논리적 비약과 설정구멍으로 범벅된 총체적 난국의 발암 에피가 아니라 셜록의 '캡틴 존 왓슨 구하기'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암만 생각해도 뜬금없는 유로스며 우물에 빠져 익사하기 직전인 존의 상황을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은유와 상징으로 생각하는 거다. 그래서 유로스는 전쟁이고 셜록은 컬버튼 스미스의 손에 죽을 뻔한 위험으로도 구하지 못한 존, 여전히 자신만의 어둠에 빠져 있는 존을 진짜 전쟁터로 초대한 것이다. 그리고서 그 모든 황당한 난장판(3,4 시즌이기도 하고 403이기도 한)을 겪고난 뒤 스스로 선택한 수렁인 우물에 빠져 죽기 직전의 존을 셜록이 결국 구한다. 과정의 난잡한 가지들을 쳐내고 남은 뼈대는 이거임. 


402까지 존에 대해 생각할수록 존의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무엇으로도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았다. 노년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셜록과 행복해지는 것이 괴롭지만 자연스러운 결말인 듯 했다. 근데 이제 알겠다. 피와 살이 튀는 진짜 전쟁터에서 생존에 대한 본능과 군인으로서의(아드레날린 정키로서) 본능이 일깨워진 뒤 죽기 직전 극적으로 셜록에 의해 살아난 존. 이 아수라장만이 서서히 마비되어 침잠해가던 존을 흔들어 깨우고 구할 수 있었던 거다. 로지를 두고 파병을 갈 수도 없거니와 셜록 때문에 이미 빵꾸난 가슴은 셜록만이 채워줄 수 있으니까. 참말... 존은 이렇게밖에 구할 수 없었구나.


하... 몹티스 놈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됐을 텐데. 참 멀고 험한 길로 구비구비 돌아왔네. 뭐 안 그랬으면 존이 여태 두 집 살림을 살고 있었겠지만. 암튼 오늘도 조은 답정너 덕질이어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