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셜록은 어떨까!
셜록은 왜 존의 베스트맨 요청에 그렇게 놀랐을까.
존이 예전의 존이 아님을 느꼈을 테니까. 런던에 돌아오기 전 셜록이 그렇게 자신했던 존은 없고 확실히 이전과 다른 존, 마음이 떠버린 존을 몇 번 경험하고 깨달은 것이 아닐까. 데이트고 병원일이고 과거엔 존에게 셜록이 언제나 일순위였지만 존 스스로 마음을 굳힌데다가 메리는 여자친구가 아닌 결혼 상대자니까 셜록이 몇 번 사건현장에 불렀지만 거절한 거지.
존의 거절과 거리두는 것에 놀라고 상처를 받은 후 셜록은 어떻게든 존을 잡아두려고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데 그게 메리가 본 결혼식 준비에 여념이 없는 셜록과 존이 지적한 메일함이 터져 나가든 말든 사건은 안중에도 없는 셜록의 모습
에구 불쌍하고 안쓰러운 셜록. 놀라고 풀죽은 토끼(?) 같았을 셜록.
확실히 302의 셜록 머릿속에는 존의 결혼식 밖에 없었다. 당사자인 존은 셜록이 신경쓰는 것의 반의 반의 반도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셜록은 마치 결혼식 준비가 존을 잡아두는 유일한 수단인 마냥 절박하고 불안하고 초조해보였다.
이제는 자신이 존의 일순위가 아님 +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 깨달으며 미안한 마음과 함께 위축되어 갔을 거고.
근데 셜록은 존을 사랑하긴 하나?
서른 넘어서까지 레드비어드가 약점인 마음 여리고 슨스한 셜록어린이의 친구에 대한 지나친 우정과 집착 아닐까? 셜록에게 존은 되살아난 레드비어드에 불과했나?
애들러 언니가 일깨워준 욕망 덕분에 눈은 떴지만 역시 사랑은 위험해, 노 모어 센티멘트-라며 접어둔 것 아닐까. 존 왓슨이 셜록을 향한 마음 접듯 셜록도 꽉꽉 접어서.
셜록은 존을 사랑하나? 이건 뫂티스와 더쿠들 사이에서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 같고.
그럼 셜록은 존을 욕망 하나? 셜록에겐 존 밖에 없으니 욕망 안 할 이유도 없지만 그게 꼭 그 쪽으로 작용한다는 보장도 없잖아. 슨스한 셜록 어린이의 친구에 대한 삐뚤어진 우정과 집착이면 진짜 진빠진다.
(정말 진이 빠져서 잠시 쓰다 멈춤)
다시 생각을 가다듬어 보자. 만약 사랑이 아니었대도 이 지경까지 와놓고서 친구를 위해 이만큼 할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불성설이지. 아무리 존이 레드비어드 같은 존재였다고 해도 이 정도로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망치고 갈아 뭉개려 들면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사람이면 피하겠지. 우정 아니야. 말이 안 돼.
욕망이었고 사랑이었던 시기도 있는데 충동과 정욕이 들끓는 호르몬의 단계를 지나 저 혼자 삶의 신산고초 다 겪은 노부부 같은 각인의 경지,아가페적인 사랑으로 가 버린 게 아닐까, 셜록의 funny old head 속에서는.
201의 셜록은 애들러와도 존과도 섹슈얼 텐션이 팡팡 터졌지만 애들러가 일깨운 욕망이 치명적인 약점이 됨을 눈으로 보고 그것을 무시하기로 선택했을지도. 202의 아돈햅쁘렌즈 장면에서 봤듯 스스로를 통제하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셜록에게는 매우 중요했으니까.
그러니 내 맘편할대로의 해석은 셜록은 존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은 있었으나 마이크로프트와 모리아티가 공인한 동정남이었으므로 관계에 서툴러 초기에는 존과 별 진전이 없었고 스스로도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다가 애들러를 통해 욕망이 생겨나고 무엇보다 존의 마음을 알게 됐지만 감정은 절대적인 약점이므로 무시하고 철벽철벽.
그리고서 라이헨바흐 겪고 다시 돌아온 셜록은 그제서야 자신이 잃은 것을 실감하지만 존은 이미 다른 사람의 남자가 됐고 사랑은 커녕 하나 밖에 없는 우정 마저 잃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여러 번 죽을 뻔한 위기를 겪는다. 그리고 메리에게 죽을 뻔 해도 말 안 하고 존을 위해 죽었다 살아나고 동유럽에 영영 죽으러 가는데도 말 못하고. 이게 진짜 사랑이 아니면 뭐야.그 과정에서 셜록에게 존은 영원한 love of life, one and only의 각인된 존재로 등극 쾅쾅!
그러고보면 시즌 3을 겪지 않았어도 셜록이 존을 이만치 애틋하고 절절하게 사랑했을지, 101에서 셜존 사귀기 시작했으면 지금의 존 왓슨 향한 셜록의 애달픈 연심을 그린 장편대하드라마 SHERLOCK을 과연 볼 수 있었을까 싶은데 불가능, 불가능 절대 불가능
음 이제 명쾌하게 알았다. ₍ఠ ͜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