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하면 어떻게 지금의 셜록존이 이렇게까지 절절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었는지 신기하게 느껴진다. 원작과 몹티스가 시즌1,2에서 부지런히 던져준 떡밥을 보고 앞으로 둘이 서로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 사랑의 형태가 좀 특이하고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사랑 안 할 수도 있고 아무튼 존은 몹티스가 셜록을 위해 만든 이브이고 둘은 천생연분 찰떡궁합이니 좌충우돌하며 시행착오를 겪어도 무리없이 잘 살겠거니 생각했다.
근데 지금 셜록존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봐!!!!!!!!
셜록이 존을 위해 몇 번이나 죽음을 무릅썼는지, 셜록의 개미지옥에 빠진 존이 어디까지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는지를 보라고!!!!!
드라마 셜록의 줄거리를 주인공만 바꿔서 소설이나 영화로 봤다면 진저리 날 정도로 사랑에 죽고 못 사는 이야기에 분명 지루해하며 책장을 덮었을 거다. 근데 정신 차리고 보니 셜록존으로 세기의 사랑을 찍고 있네?!ㅋㅋㅋㅋ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 뭐임? 애생키들의 충동적이고 치기 어린 로맨스와 셜록존의 사랑은 차원이 다름. 걔네는 한 번 죽고 말지만 이 쪽은...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그러니까 내가 당황스러운 지점은 어째서 셜록존으로 이 정도로 절박하고 드라마틱한 사랑 이야기를 만드느냐 하는 거다. 아니, 한니발 정도 되는 극한의 상황과 극단적인 캐릭터라면 서로 죽고 못 사는 것이 이해가 가는데 드라마 셜록은 셜록이 좀 특이하다고 해봐야 남들보다 머리 쫌 좋은 것 밖에 없잖아. 근데도 마치 서서히 끓어가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지금껏 보다 보니 어느새 존나 지옥같고 답없는 사랑 얘기가 되어버려서 정말 진심으로 당황스러움을 넘어 황망하기까지 하네.
어째서 그렇게도 완벽하고 매끈하던 시즌1,2에서 이렇게도 너덜너덜한 시즌 3,4와 너덜너덜한 셜록존이 되어버리고 말았는가. 셜록이여!
그 모든 시간을 겪고난 뒤 셜록의 품에서 울고 있는 존과 저 꼴을 하고 저런 표정으로 존을 안고있는 셜록을 보자니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마침내 거울 앞에 선 셜존 옆에서 좀 울고 싶다...? 저 한 번의 포옹을 하기 위해 시발 셜록존 그렇게나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냈고 지켜보는 나도 광광 우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