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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야기

모팻의 인터뷰 곱씹을수록 공감이 가네



생각해보면 나도 상황이 만드는 두근거림, 슬픔이나 충격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사랑과 소중함을 품고 있는지가 더 깊은 인상이 남는다. 아! 이게 플롯보다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거구나. 그 인물을 설명하는 것이 상황이지만 오로지 사건에 대한 반응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거나 이미 짐작한 대로 속내가 드러나게 되면 아무래도 보는 재미가 줄어든다. 상황만 도드라질 뿐 주인공이 꼭 그 사람일 필요가 없는, 지나가는 아무나 주인공에 집어넣어도 상관없는 이야기라면 완전히 푹 빠져들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주인공과 먼저 사랑에 빠져야 한다. 그래서 성숙하고 진실하며 자신의 세계가 있는 인물을 좋아한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글에서 보여지지 않은 것들이나 얘가 A라고 말했지만 실은 B라고 생각하지 않았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럴수록 주인공의 세계가 더 확장되고 구체화되는데 이 과정이 너무 재밌고 즐겁다. 블로그에서 내가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게 바로 이거다ㅋㅋㅋㅋ


그래서 상황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이 서사가 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가 있고 인물은 나레이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셜록이라는 특정 인물이 존재해서 시작되는 이야기. 그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이야기. 


거기에 인물의 독립적인 세계가 있는데 그걸 독자인 나에게 전부 보여주지 않아서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항상 더 있는 것도 좋다. 내가 인물에 대해 볼 수 있고 알고 있는 건 일부분이고 그 외의 것은 작가와 인물 둘만의 사생활이 된다. 이야기는 인물의 세계와 삶의 일부만 보여줄  뿐이고 그는 글 밖에서도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 안에서의 모든 대상과 묘사가 주제로 수렴되지 않고 생소하고 내가 몰랐던 모습이 글에서 언뜻언뜻 무심하게 언급되면 그거에 환장한다. 


결국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남는, 아무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브레이커님의 제목미정 글 같은 이야기말이지ㅠㅠ 아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제목미정 글 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