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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호랑이 그리고 금붕어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고 셜록이 생각 났다.

셜록과 설정도 얼추 비슷하다. 고립된 세계 안에서 살아가던 조제에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외부인인 츠네오. 조제는 셜록이고 츠네오는 존, 조제를 보호하는 동시에 고립시켰던 할머니는 마이크로프트인 것으로 ㅎㅎ

 

츠네오가 바람둥이로 나오지 않았다면 영화 아가씨와도 비슷했을 거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열렬하고 절절하던 마음이 식어 사랑이 끝나버리는 결말이 현실적인 사랑 얘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비교해 보았을 때도 전자가 훨씬 더 슬프고 씁쓸하다. 서로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셜록과 존이라니 안 돼, 안 돼, 절대 안 된다. 가볍게 재미 보고 끝나는 사랑이 나쁘단 건 아닌데 셜록존은 그런 쿨하고 산뜻한 사랑과는 안 맞아. 태생이 둘이서 죽도록 지지고 볶다 죽을 때도 서로를 그리워 하며 숨을 거두는 운명이다... 라고 못박은 몹티스.

물론 나도 동의는 하지만 최애들을 이 정도로 만신창이로 만들면서까지 내 OTP를 고집하고 싶지는 않은데 정말이지 지독한 인간들임. 

 

암튼 그래서 시즌1,2의 셜록존이 3,4에서 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했는지 알겠다. 초반의 셜록존은 조제와 츠네오의  결말과 큰 차이가 없었겠지. 더군다나 존은 츠네오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틈만 나면 플러팅 하는데 그게 거의 조건반사 수준이다. 안시아에게 작업을 걸 때의 존의 모습은 셜록에게 보였던 모습과 똑같다. 상대에 대한 진지한 고려나 떨림 이런 건 전혀 없고 되면 되고 말면 말고, 달리 3대륙의 존이 아니다. 

셜록존 둘다 첫눈에 서로가 마음에 들어 같이 살 작정까지 했지만 둘다 사랑을 몰랐고 할 생각도 없었다. 그렇지만 항상 해오던 대로 존은 추파를 던졌고 항상 해오던 대로 셜록은 쳐냈다. 근데 그러고나서 처음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늘 해오던 대로 익숙하게 반사적인 추파와 거절을 했지만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좋았을 거라고. 

 

서로를 모르고 지금껏 살아왔던 것처럼 표면적이고 피상적으로 계속 살아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얕게, 얕게. 깊고 완전한 만족감을 알지 못한 채로. 나 혼자서는 불행하고 오직 둘일 때만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 과연 좋은 걸까? 

어쨌든 몹티스 조물주는 라이헨바흐로도 부족하사 더한 시련과 고난을 주어 셜록존을 둘이어야 완전한 하나가 되도록 지으셨고 글자를 익히고 난 뒤 다시는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듯이 셜록존을 서로를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셨다. 

근데 정말이지 존이 떠나간 뒤 미아가 된 조개껍데기들처럼 데굴데굴 굴러다닐 셜록을 생각하면 쓸쓸하고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ㅠㅠㅠㅠ 절대 괜찮지 못 해, 셜록은. 존 없이는 괜찮지 못 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고 시즌 3,4의 줄거리가 그랬잖아. 

암튼 셜록존아 get on with it이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