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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버리고 남은 것



버릴 수 있는 데까지 다 버리고 더 버릴 수 없이 마지막으로 남은 것 좋다.

잎 다 떨어진 겨울 나무도 그래서 보고 있으면 시각적 쾌감을 느낀다. 쭉쭉 뻗은 가지가 눈과 뇌를 삭삭 긁어주는 것 같다. 


다 버리고 벗겨내서 드러나는 뼈대가 좋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바닥과 더 이상 버릴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존재의 뼈대, 변하지 않을 핵심을 알 수 있다. 

그 모습이 앙상하고 초라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자신을 만나고 나면 이후의 삶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해진다. 부러지면 죽는 줄 알았던 삶의 곁가지들을 쳐내고 나라고 믿었지만 내가 아니었던 살덩이들을 발라내고 남은 큰 뼈대, 온리 원 알게 된다면 현혹되거나 주저하며 삶의 에너지를 엉뚱한 데 낭비할 일도 없겠고.


시즌 4에서 빈사상태에 빠졌었지만 다행히 죽지 않은 셜록존에게 다 버리고 남은 최후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서 좋았다. 

셜록은 자기 목숨도 버렸으니까 남은 것은 존이구나